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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한스경제 곽호준 기자 | 준중형 세단의 기준이 또 한 번 바뀌었다. 완전변경 모델로 거듭난 현대차 '디 올 뉴 아반떼'는 차체와 공간을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승차감·정숙성, 디지털 경험까지 모든 면을 차급 이상으로 대폭 끌어올렸다.
현대차의 대표 준중형 세단 아반떼가 8세대로 화려하게 돌아왔다. 어느덧 아반떼는 글로벌 누적 판매량만 1600만대를 넘어섰다. 최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선호와 전동화 전환으로 전통적인 세단의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도 존재감은 여전하다. 신형 아반떼 역시 계약 첫날에만 1만1094대가 몰렸다. 7세대 아반떼가 세웠던 1만58대를 넘어선 역대 최고 기록이다.
이번 완전변경의 의도는 분명하다. 더 이상 '준중형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기준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신형 아반떼는 차체와 실내 공간 모두 중형 세단에 근접했고 상위 차급에서 볼 법한 각종 편의·디지털 사양을 아낌없이 넣었다. 여기에 현대차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까지 품었다. 현대차가 신형 아반떼를 엔트리 세단이 아닌 '차급 이상의 프리미엄 가치'를 제공하는 모델로 정의한 이유다.
▲ 준중형 맞나?…중형차에 근접한 체격
커진 덩치만큼 외모 변화도 파격적이다. 현대차의 최신 디자인 언어 이른바 '아트 오브 스틸(Art of Steel)'을 바탕으로 한결 낮고 넓어 보이는 인상을 강조했다. 앞모습은 좌우 수평으로 길게 뻗은 슬림 램프와 양 끝 수직형 램프가 매력 포인트. 이는 넓어진 차체 폭을 부각시킨다. 양옆의 날카롭게 다듬은 캐릭터 라인과 볼륨감 넘치는 펜더는 역동적인 자태를 뽐낸다. 7세대의 날렵한 이미지에 직선과 면을 활용해 더욱 단단한 이미지를 살렸다.
한층 커진 체격이 시선을 모은다. 신형 아반떼의 차체 길이·너비·높이는 각각 4765x1855x1425㎜, 실내 공간을 가늠하는 지표인 휠베이스는 2750㎜다. 기존 대비 길이는 55㎜ 늘렸고 너비와 휠베이스 역시 각각 30㎜ 더 키웠다. 가령 같은 집안의 형님 격인 쏘나타와 비교해보자. 1998년 등장한 'EF 쏘나타'의 길이·너비·높이는 각각 4710x1820x1410㎜, 휠베이스는 2700㎜로 신형 아반떼가 모든 면에서 크다. 이제는 아반떼가 90년대 중형 세단보다 체격이 더 큰 셈이다.
5세대 'NF 쏘나타'와 비교하면 어떨까? 이 차의 길이·너비·높이는 각각 4800x1830x1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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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아반떼보다 35㎜ 길고 50㎜ 높지만 25㎜ 좁다. 휠베이스는 2730㎜로 신형 아반떼가 20㎜ 길다. 즉 신형 아반떼의 내부 공간이 NF 쏘나타 못지않은 수준임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 평균 체격의 성인 남성이 신형 아반떼의 뒷좌석에 앉아보면 넉넉한 무릎 공간을 체감할 수 있다. 참고로 신형 아반떼의 레그룸은 993㎜, 숄더룸은 1434㎜로 동급 최고 수준이다.
트렁크 역시 479ℓ(유럽 기준)로 넉넉하다. 예컨대 EF 쏘나타의 트렁크 기본 용량은 398ℓ, NF 쏘나타는 462ℓ로 신형 아반떼가 더 넉넉하다. 단순히 용량만 키운 것도 아니다. 적재고를 낮추고 개구부의 위아래 열림 폭을 45㎜ 넓혔다. 그래서 유모차나 부피가 큰 짐을 싣고 내리기도 한결 편해졌다. 대신 전동식 트렁크는 여전히 맛볼 수 없다. 나름 준중형 세단의 공식을 고수했달까. 그래도 7세대에는 없었던 트렁크 도어를 여닫는 손잡이를 별도로 마련한 .은 좋다.
▲ 플레오스 품은 아반떼…SDV 대중화엔 '물음표'
실내 분위기 역시 사뭇 달라졌다. 불필요한 장식은 줄이고 수평으로 길게 뻗은 대시보드 덕분에 내부 공간감이 사진보다 넓어 보인다. 운전석 앞 9.9인치 디지털 계기판은 슬림하고 아담하지만 위아래 평평한 더블 D컷 스티어링 휠 덕분에 시인성이 좋다. 큼직한 14.6인치 중앙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을 다루듯 메뉴를 오갈 수 있어 적응하기 쉽고 화면 반응도 빨라 조작이 편하다. 화면 아래엔 비상등, 볼륨 다이얼, 공조 장치 등을 일종의 '즐겨찾기' 기능처럼 물리 버튼으로 남겨 직관성도 챙겼다.
진화는 하드웨어에 그치지 않았다. 아반떼는 8세대부터 본격적인 '소프트웨어 중심 차(SDV)' 전환에 시동을 걸었다. 그 중심엔 현대차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레오스 커넥트'가 있다. 인터페이스와 조작법 등은 앞서 선보인 신형 그랜저와 비슷하다. 각종 차량 설정은 물론 △내비게이션 △미디어 △오픈형 앱 마켓 등 웬만한 고급 기능까지 중앙 디스플레이에 집약했다.
운전 중엔 '글레오 AI'를 활용하면 확실히 편하다. 사실 아무리 조작이 간결한 인포테인먼트라 해도 고속도로나 복잡한 도심에서는 터치식으로 조작하기엔 부담이 있다. 그래서 생성형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글레오는 그 값어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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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흔히 쓰는 표현으로 말을 걸어도 정확하게 알아듣는다. 운전자의 의도 파악은 물론 실시간 주행 상황을 이해하고 차량 상태까지 반영하면서 명령을 수행하는 만큼 자유도가 높다.
다만 이 같은 SDV 기능을 누구나 온전히 누리긴 어렵다. 플레오스 커넥트 자체는 기본 탑재되지만 핵심 기능인 글레오 AI, 내비게이션, 9.9인치 슬림 디스플레이는 최상위 트림 인스퍼레이션에서만 기본 제공되기 때문이다. 결국 SDV 기능을 모두 갖추려면 기본 트림인 모던 기준 최대 131만원을 추가해야 하는 셈이다. 현대차가 'SDV 대중화'를 내세운 만큼 향후 기본 적용 범위를 넓힌다면 그 취지도 한층 선명해질 듯하다.
▲ 순간 힘은 다소 부족…주행 모드별 성향은 뚜렷
파워트레인은 △가솔린 2.0 △가솔린 1.6 하이브리드 두 가지. 시승차는 직렬 4기통 2.0ℓ 가솔린 스마트스트림 엔진이 들어간다. 가상 변속을 지원하는 무단변속기(IVT)를 맞물려 최고출력 149마력, 최대토크 18.3㎏·m를 발휘한다. 차체가 커지고 무게가 1300㎏대로 늘어난 만큼 기존보다 배기량을 키워 성능을 한층 끌어올렸다. 7세대보다 최고출력은 26마력, 최대토크는 2.6㎏·m 높다.
그러면서도 효율은 꽤 좋다. 신형 아반떼의 공인 복합연비는 18인치 휠 기준 리터(ℓ)당 13.6㎞를 확보했다.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인천 영종도까지 약 85㎞의 왕복 구간을 달리는 동안 기록한 복합 연비도 13㎞/ℓ로 준수한 수치를 기록했다. 비결은 변속기에 있다. 여타 무단변속기처럼 무작정 엔진회전수(RPM)를 높이 띄우진 않는다. 평소엔 8단 변속기로 빙의해 효율 주행을 적극 돕는다. 수동 조작 시 반응도 빠릿해 간간이 운전의 재미도 더한다.
대신 높아진 출력 변화는 체감상 크게 와닿지 않는다. 물론 제원 수치만 보면 일상 주행에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실제로 일정 수준 이상 속도를 붙이고 나면 큰 불편은 없다. 문제는 그 속도까지 올리는 과정이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도 차체를 경쾌하게 밀어붙이는 맛은 부족하다. 터보 엔진처럼 낮은 엔진 RPM부터 풍부한 토크를 쏟아내는 타입이 아니기 때문.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기 전까지 기다림이 필요하다.
발진 가속 성능도 느긋한 편이다. 현대차는 신형 아반떼의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용의 눈 게임
기자가 시승하면서 직접 여러 차례 측정한 제로백 평균 수치는 11초대. 저속에서 속도를 올릴 때 출력과 토크에 대한 갈증을 다소 느낄 수 있는 수준이다. 그래서 차선 변경이나 차량 추월을 위해 스포츠 모드로 변경해야 하는 경우가 꽤 빈번하다.
주행 모드는 에코, 노멀, 스포츠 등 3가지. 에코는 공조와 출력을 일부 제어해 효율을 우선시한다. 기본 성능이 여유롭지 않은 만큼 일상에서는 에코보단 노멀이 훨씬 편하다. 물론 힘이 넘치는 것은 아니나 적어도 필요한 출력을 추가로 억누르지 않는다는 。에서 부담이 덜하다. 스포츠는 변화가 분명하다. 가속 반응이 한결 빨라지고 노면에서 올라오는 피드백이 한층 또렷해진다. 그래서 고속 주행에선 스포츠가 잘 어울린다.
▲ 방지턱에서 드러난 진가…하체 완성도 '껑충'
인상적인 。은 하체 감각이다. 서스펜션의 성향은 편안함에 초。이 맞춰져 있다. 덕분에 승차감은 차급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진가는 울퉁불퉁한 요철에서 드러난다. 꽤 높은 과속 방지턱도 충격을 한차례 부드럽게 받아낸 뒤 자세를 빠르게 추스른다. 서스펜션의 스트로크(작동 범위)를 넘어설 만큼 웬만한 방지턱을 터프하게 통과해도 괜찮다. '쿵'하는 소리만 들릴 뿐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큰 충격은 상당 부분 걸러낸다.
여기엔 상당한 공이 들어갔다. 가령 앞쪽에는 노면에서 유입되는 진동의 주파수에 따라 댐퍼의 감쇠력을 달리하는 '3세대 주파수 감응형 밸브'를 탑재했다. 또 큰 충격 이후 차체 움직임을 다듬는 '유압제어 리바운드 스토퍼'도 넣었다. 덕분에 노면의 미세한 진동은 물론 차체가 필요 이상으로 출렁이는 움직임까지 깔끔하게 제압한다. 참고로 이 모든 하드웨어는 플래그십 모델인 신형 그랜저에도 동일하게 들어간다.
뛰어난 정숙성도 톡톡히 한몫 보탠다. 방음 대책은 한 체급 위인 쏘나타에 근접한다. 흡음 타이어를 비롯해 이중접합 차음유리, 2중 레이어 플로어 카펫 등을 꼼꼼하게 마련했다. 그래서 속도를 맘껏 올려도 불쾌한 주행 소음이 실내로 들이치지 않는다. 이는 기존 7세대와 비교해 확실히 진일보한 부분이다.
다만 상품성을 한 단계 끌어올린 만큼 가격 부담도 높아졌다. 가솔린 모델의 기본 트림 모던은 2398만원부터 시작하지만 각종 옵션이 추가된 시승차는 무려 3687만원에 달한다. 하이브리드의 경우 풀옵션 사양 기준 세제 혜택 전 4234만원, 혜택 적용 후에도 4100만원 안팎이다. 차급을 넘어선 상품성을 갖춘 것은 분명하지만 준중형 세단이라는 차급을 고려하면 선뜻 접근하기 쉽지 않은 가격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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