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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형주훈 댓글 0건 조회 11회 작성일 26-09-01 11:23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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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가 보여주는 오하이오주州 어느 '깡촌' 마을 비극의 진앙은 이 마을의 작은 교회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러셀 부인(할리 베넷 분)은 이 쇠락한 폐광촌 교회의 독실한 신자이자 인자한 할머니다. 주인공 윌러드(빌 스카스가드 분)의 어머니이자 아빈(톰 홀랜드 분)의 할머니이며, 헬렌(미아 바시코프스카 분)의 양어머니이자 레노라(일라이자 스캔런 분)의 양할머니라는 그 '직함'만으로도 그녀가 '불행의 아이콘'이라는 것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위키피디아의 핵심은 편집이 합의가 아니라 각자 아는 부분을 독립적으로 고치는 방식에 있다고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쟁에서 돌아온 외아들 윌러드가 고향을 등지자, 러셀 부인은 고아이면서도 독실한 신자이고 '참한 아가씨'인 헬렌을 양녀로 삼는다. 그런데 헬렌은 '미친 부흥사' 로이(해리 멜링 분)와 결혼하고, 로이는 자신의 '부활의 능력'을 증명하겠다고 헬렌을 죽이지만 부활기도가 씨도 먹히지 않자 갓난 레노라까지 버리고 야반도주한다.
그렇게 졸지에 고아가 된 레노라를 독박육아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외아들 윌러드가 아내가 죽었다고 자신도 자살한다. 역시 졸지에 고아가 된 친손자 아빈도 러셀 부인이 거둬 키울 수밖에 없다.
사람에게 닥칠 수 있는 모든 불행이 몰아닥친 러셀 부인이 매달릴 수 있는 곳은 교회뿐이다. 이 교회의 가장 모범적이고 신실한 신자로서 쌓아올린 마을사람들의 존중과 인정만이 그녀의 마지막 버팀목이다.
그 교회에 새로운 담임목사가 부임한다. 러셀 부인은 새로 부임하는 프레스턴 목사(로버트 패틴슨 분) 환영식에 그녀의 자부심 가득한 닭 간 요리를 하나님께 봉헌하는 마음으로 정성껏 만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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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프레스턴 목사는 감히 하나님의 성전에 싸구려 내장 요리를 해왔다고 면박을 준다.
러셀 부인은 당황한다. 자신의 가난을 모욕한 것은 접어두고라도 프레스턴 목사의 음식타박은 분명 목자의 모습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그런데 러셀 부인은 프레스턴에게 이의를 제기하지도 못하고 다른 교인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밝히지도 못하고 '눈치'만 살핀다. 다른 교인들도 프레스턴 목사를 비판해줄 것을 기대하지만 모두가 침묵하자 자신도 입을 다문다.
서로 남들의 눈치만 보기는 다른 교인들도 마찬가지다. 교회의 다수 의견에서 벗어나면 교회에서마저 소외될 수밖에 없다. 이미 세상의 모든 것을 잃은 러셀 부인에게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일이다. 노이만(Neuman)의 소위 '침묵의 나선이론'이 여기서도 작동한다. 우리가 믿는 '집단지성'이 이 교회에서 사라지면서 비극이 시작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박학다식한 대표적인 '르네상스적 인간(Renaissance man)'이었던 영국의 프랜시스 골턴 경(Sir. Francis Galton·1822~1911년)의 '소 몸무게 알아맞히기 실험(1906년)'은 집단지성 개념의 원조 격이자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나라 정치시장에선 집단지성이 발현되고 있을까.[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골턴은 가축품평회에서 787명이 경매에 나온 소의 도축 후 무게를 추정해서 익명으로 제출하도록 했다. 개별 추정들은 모두 틀렸지만 그 중앙값은 실제로 도축된 소의 무게와 1파운드(약 0.4㎏)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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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눈치를 안 보고 '독립적'으로 판단하면 그 평균값은 정답에 수렴할 수 있다는 '집단지성'의 힘을 보여준 실험이다. 이후 골턴의 실험결과는 민주주의 옹호의 논리로도 널리 퍼졌다.
'위키피디아' 역시 집단지성의 대표적 성공사례다. 수백만명이 분산적으로 편집하지만 오류가 발견되면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이 즉시 수정되는 피드백 루프 덕분에 전체적으로 상당히 신뢰할 만한 지식베이스가 구축된다. 2005년 '네이처(Nature)' 조사에서 위키피디아 콘텐츠가 그 오류율이 신뢰의 상징과도 같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과 차이가 없다는 것이 증명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위키피디아의 핵심은 편집이 '합의'가 아니라 '각자 아는 부분을 독립적으로 고치는 방식'에 있다고 한다. '집단지성(Wisdom of Crowds)'이라는 용어를 대중화시킨 미국의 언론인 제임스 서로위키(James Surowiecki)는 판단의 독립성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눈치'가 자리 잡으면 집단지성은 작동이 멈추게 된다고 경고한다.
현대경제학의 상징과도 같은 케인스(John Maynard Keynes·1883~1946년)는 그의 대표적 경제학서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The 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1936년)」 12장 '장기전망에 따른 투자'에서 투자란 본질적으로 '신문사에서 주최하는 미인선발 콘테스트에 응모하는 것'과 같다는 흥미로운 통찰력을 보여준다.
"신문사가 100장의 미녀 사진을 싣고 독자들에게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얼굴 6개를 고르라고 하고 상償은 전체 참가자의 평균적 선호에 가장 가깝게 맞힌 사람에게 준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합리적 참가자는 절대 자기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얼굴을 고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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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신, 다른 사람들이 예쁘다고 생각할 것 같은 얼굴을 고른다. '눈치 싸움'이 시작된다. 더 영리한 응모자는 한단계 더 들어가서 남들도 나처럼 남들이 예쁘다고 생각할 만한 얼굴을 고르려 한다는 것까지 감안한 예쁜 얼굴은 어떤 얼굴일지 극한의 눈치 게임으로 몰고간다."
케인스는 이런 미인선발 응모를 주식시장에 대입한다. 투자자들은 자신이 판단하는 가치를 독립적이고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게 아니라 평균적 여론이 무엇을 좋게 볼지, 나아가 다른 사람들이 그 평균적 여론을 어떻게 예상할지를 예측하는 게임을 한다(Anticipating what average opinion expects the average opinion to be)는 것이다.
독립적 추정이 아니라 서로의 예측을 예측하는 극단적인 전략적 눈치게임이다. 개별 업종이나 기업의 소위 '펀더멘탈'을 평가하는 작업은 사라지고 '남들이 뭘 살까?'만 남는다. 여기에 공동체 경제발전을 향한 집단지성은 작동하지 않는다.
영화 속 러셀 부인과 다른 교인들이 누구의 눈치도 안 보고 프레스턴 목사의 저질스러운 펀더멘탈에만 집중하는 집단지성이 발현됐다면 레노라의 비극도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주식시장의 극단적인 집단눈치 게임이 버블과 패닉을 만들고 종국엔 붕괴하기도 하는 것처럼, 영화 속 마을도 버블과 패닉 속에 그렇게 무너진다.
'장님까지 눈치 본다'고 할 정도로 눈치의 민족인 우리의 주식시장이 유난히 널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를 일이겠지만, 이 극단적인 눈치게임의 만연이 혹시라도 영화 속 마을교회처럼 우리사회를 붕괴시키지는 않을지 불안하다. 우리네 '정치시장'은 갈턴의 '소 시장'처럼 집단지성이 발휘되고 있는지 케인스가 우려한 '주식시장'처럼 집단눈치 게임이 되고 있는지 그것도 불안하다.
김상회 정치학 박사|더스쿠프
이 되고 있는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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