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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형주훈 댓글 0건 조회 5회 작성일 26-08-25 16:41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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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천 ‘말린’의 한 장면.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 제공
고요한 숲속, 한 남자가 커다란 나무뿌리에 기대 눈을 감고 있다. 언뜻 실사 영화처럼 자연스럽지만, 화면의 질감에 위화감이 감돈다. 김희천의 신작 ‘말린(Cured)’에서 자연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데 능숙한 다큐멘터리 감독 찬종은 장면을 연출했다는 폭로로 작업을 중단한다. 이후 정체불명의 수사관에게 한 영상이 인공지능(AI) 생성물이 아닌 실제 영상임을 증명해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진위를 좇는 여정은 .차 뒤틀린다. 결말에 이르러 두더지는 인물의 옆구리를 파고들고, 절규하는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우며 기괴함과 위화감은 극대화된다. 이 ‘두더지’는 무엇이며, 그것이 낸 ‘구멍’은 어디로 이어지는 것일까.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에서 열리는 ‘김희천: 두더지들’에선 ‘구멍’이 전시를 관통한다. 김희천은 기술이 일상을 둘러싼 오늘날 ‘나’라는 존재를 어떻게 지각할 수 있는지 질문해온 작가다. 전시의 중심에는 35분짜리 4채널 영상 작업 ‘말린’이 있다. 2024년 ‘스터디’가 공포영화의 형식을 빌려 인물을 AI로 지워내는 방식으로 매끄러운 기술의 세계에 틈을 냈다면, ‘말린’은 아예 영상 전체를 생성형 AI로 만들었다. 자연 다큐를 조작한 인물이 AI 영상의 진위를 추적한다는 이야기를 AI로 만들어낸 작업이라는 데서 진짜와 가짜,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흐리는 의도가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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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에는 AI에 프롬프트를 입력해 생성한 실감 나는 자연 풍경이 ‘말린’의 문제의식을 확장하듯 서 있다.
‘김희천: 두더지들’의 ‘말린’ 전시 전경. 사진 이동웅·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
‘김희천: 두더지들’의 ‘말린’ 전시 전경. 사진 이동웅·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
세계를 학습하고 이미지를 만드는 AI가 발전하면서 인간은 그 성능을 경험하며 거꾸로 관찰·연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말린’은 AI가 바꿔놓은 시각 예술의 풍경, 더 나아가 기술이 일상에 깊숙이 들어가 그 작동마저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인간의 의식과 사고가 어떻게 달라질지 묻는다. 김희천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생성형 AI의 발전이 너무 빨라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에도 작업이 계속 달라졌다”며 “작가로서 더 늦기 전에 직접 경험하고 어떻게 다룰지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작업”이라고 말했다.
영화관처럼 꾸민 전시장의 복도 벽에는 ‘.dng’가 이어진다. 2023년부터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 5841장 중 124。을 골랐다. 동식물과 거리 풍경 등 사소한 일상이 담겼다. 실제의 기록이면서 스마트폰이 매개한 이미지다. ‘진짜’라는 감각도 이미 기술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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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천은 “기술이 개입했는지조차 알기 어려워졌지만, 동시에 기술은 우리를 잘 포착해주기도 한다”며 “내가 찍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사진에서 오히려 나를 돌아보게 되고, 위안을 얻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희천 ‘레몬’(2026). 게임엔진 유니티로 제작된 자동 재생 게임.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 제공
‘김희천: 두더지들’ 전시 전경. 사진 이동웅·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
‘레몬’은 2023년 게임 엔진으로 만든 ‘커터3’와 ‘더블포져’를 잇는다. 두 작품에 ‘이스터에그’로 등장한 두더지가 땅굴을 파며 두 세계를 오갔다는 상상에서 출발했다. 두더지 ‘버터’는 나무에서 떨어진 레몬을 친구로 여기고 애써 돌보지만, 결국 썩어 사라진다. 게임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반복된다. 게임 속 두더지는 서로 다른 세계를 오가며 기술 환경의 틈에 숨는 존재다. 계속되는 실패에도 굴을 파고 넘나드는 두더지에게 기술에 포획된 삶에 균열을 내는 가능성이 깃든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모호하고 암시적인 작업들은 미스터리와 게임의 문법을 빌려 긴 상영 시간에도 의외의 몰입감을 만든다. 전시는 기술을 낙관하거나 비관하는 대신 그 안팎을 오갈 ‘구멍’을 상상하게 한다. ‘커터3’의 대사가 이를 압축한다. “두더지의 몸은 곧 구멍. 바깥으로 향해 열린 귀이자, 그 안으로 사라질 수 있는 구멍.”
김희천 작가. 사진 이동웅·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
다”며 “작가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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