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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 구봉경 보틀러스 대표가 '링크드 워터'를 소개하는 부스에 서있다.
[인천=경인방송] 인간의 몸 70%는 물로 채워져 있다. 숨 쉬듯 매일 마시는 이 액체의 '맛'을 우리는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까. 누군가는 '무미무치'의 무색예찬을 하겠지만. 여기 물 한 모금에서 묵직한 무게감과 질감, 미네랄의 미세한 단맛까지 잡아내는 사람이 있다.
2024년 한국 국가대표 워터 소믈리에로 우뚝 선 뒤, 이제는 물에 이야기를 입히는 혁신가로 변신한 보틀러스 주식회사 구봉경(39) 대표다. 경인방송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스스로를 '물수저'라 부르며 활짝 웃었다.
◆ "나는 물수저"…지역의 '떼루아'를 담은 물의 신세계
"가족이 생수업에 종사했어요. 대학 진학을 앞둘 무렵 국내 최초로 '해양심층수학과'가 생겼죠. 운명처럼 물을 전공했고, 생수 제조사 품질 관리자로 일하며 물의 매력에 완전히 빠졌습니다."모두가 '물맛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할 때, 그는 지역마다 다른 물맛의 비밀을 파고들었다. 와인에만 있는 줄 알았던 '떼루아'(Terroir·산지의 특성)가 물에도 존재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와인을 마실 때 사람들은 흔히 '떼루아'를 말한다. 포도가 자란 토양과 기후, 산지의 정체성이 한 잔의 풍미를 결정한다는 뜻이다.
"식당에 가면 주는 대로 마시고, 목이 마르면 눈앞에 보이는 생수를 아무거나 집어 들죠. 물은 그저 투명하고 아무 맛도 안 나는 액체라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직접 비교하며 마셔보면 누구나 압니다. 물맛은 지역마다, 산지마다 확연히 다릅니다."
2024년 열린 제14회 한국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에 출전한 구봉경 대표가 워터 테이스팅을 위해 잔의 청결 상태 및 투명도, 물 외관을 살펴보고 있다. 당시 구 대표는 우승을 차지하며 국가대표 워터 소믈리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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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보틀러스]
어떤 물은 혀끝에 닿을 때 부드럽고, 어떤 물은 목 넘김이 묵직하며, 또 어떤 물은 미세한 단맛을 남긴다. 그 미묘한 차이를 만드는 것이 바로 땅의 성질, 즉 물의 '떼루아'다.
물맛의 '떼루아'를 완벽하게 감별해 내기까지 그의 혀는 혹독한 훈련을 견뎌야 했다. 와인 소믈리에처럼 똑같은 잔에 담긴 여러 종류의 물을 블라인드 테이스팅하며 무게감과 질감을 기억했다. 심지어 잔을 돌려 물을 회오리치게 만드는 '스월링'(Swirling)을 할 때 미네랄 함량에 따라 물방울이 잔 벽면을 타고 흘러내리는 시각적 속도까지 몸으로 익혔다.
2024 워터 소믈리에 경기대회 결선 당시 구봉경 대표 모습. 당시 구 대표는 우승을 차지하며 국가대표 워터 소믈리에가 됐다. [사진=보틀러스]
더 힘든 것은 미각 관리였다. 대회를 앞둔 3주 동안은 가장 사랑하는 김치찌개 같은 매콤하고 짭짤한 음식을 일절 입에 대지 않았다. 자극적인 양념에 혀가 무뎌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고독하고 치열했던 그 예민한 감각의 훈련은 결국 그에게 국가대표 타이틀과 함께 '보틀러스'라는 창업의 확신을 안겨주었다.
"어느 지역의 물로 술을 빚고, 동치미를 담그느냐에 따라 식탁의 풍미가 완전히 달라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물은 가장 평범해 보이지만, 가장 많은 땅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생명체라는 것이죠."
2025 워터 소믈리에 경기대회에서 구봉경 대표(오른쪽)가 심사위원 자격으로 앉아있다. [사진=-보틀러스]
◆ 물에 종류와 스토리를 입혀 창업이란 바다에 뛰어들다
그는 안정적인 직장 대신 창업이라는 거친 바다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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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강의로 만날 수 있는 대중은 한정적이더라고요. 좋은 물을 소개하는 사람에 머물기보다, 물의 새로운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시장 자체를 개척하고 싶었죠."
그가 이끄는 보틀러스의 슬로건은 독특하다. 생수를 갈증 해소용 소비재가 아닌, 기업의 브랜딩과 스토리를 담는 '플랫폼'으로 바라본다.
그가 발견한 물의 '떼루아'는 이제 외식업계와 협업을 통해 '물 페어링'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 개발해 화제를 모은 샤부샤부 프랜차이즈 전용 생수가 대표적이다. 채소와 육수, 고기가 어우러지는 샤부샤부의 특성을 분석해 음식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미네랄의 존재감이 적절한 최적의 수원지를 매칭했다.
해산물에는 깔끔한 해양심층수가, 고기 요리에는 유럽풍의 미네랄 워터가 어울리듯 채소와 육수의 밸런스를 해치지 않는 최적의 물을 페어링한 것이다.
"산나물이 가득한 한식에는 우리나라의 맑은 광천수가 어울리고, 해산물 요리나 랍스터를 먹을 땐 비린내를 잡아주는 미네랄 함량이 높은 해양심층수가 제격입니다. 파스타 같은 유럽식 요리에는 그 지역의 물 성분과 닮은 물을 매칭하는 것이 기본이죠. 자신이 살아온 환경에서 난 먹거리가 몸에 잘 맞는다는 신토불이 원리가 물과 음식의 궁합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여성들의 핸드백에 쏙 들어가도록 향수병처럼 슬림하게 디자인한 350ml 용기도 시장에서 눈길을 모으고 있다.
구 대표의 '보틀러스'는 친환경에 재미를 더한 '링크드 워터' 플랫폼도 시범 운영 중이다. '보틀러스' 생수 라벨을 떼어내면 안쪽에 QR코드가 숨어있다. 소비자는 이벤트를 즐기기 위해 자연스럽게 라벨을 떼어내 분리 배출하고, 기업은 ESG 실천과 마케팅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아이디어는 돌잔치 번호표나 아이돌 팬클럽의 조공용 굿즈로도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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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봉경 보틀러스 대표는 물을 '소비'가 아닌 '경험'과 '가치'의 소재로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보틀러스의 '링크드 워터'는 그 시작이다. 아직은 낯설 수 있는 그의 물에 대한 철학은 이제 조금씩 대중들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사진=보틀러스]
◆ 물을 소비하는 시대에서 경험하는 시대로
구 대표의 남다른 철학이 가장 잘 드러난 대목은 워터 소믈리에 경기 대회에서 선보인 디톡스 워터, 일명 '엄마표 감기약' 스토리다. 구 대표는 어린 시절 감기에 걸렸을 때 어머니가 배에 꿀과 생강을 넣어 따뜻하게 쪄주셨던 기억을 물 한 잔에 투영했다.
당시 코로나19 이후 감기에 대한 높은 관심과 겨울이라는 계절감, 그리고 슬로베니아와 중국 출신 심사위원들에게 한국의 식문화와 정서를 알리고 싶다는 진정성을 담아내 큰 화제를 모았다. 그에게 물은 사람의 추억과 스토리를 담아내는 소통의 매개체였던 셈이다.
인천 청년창업사관학교(15기) 동기들과 부딪히며 자금과 조직 관리라는 스타트업 허들을 넘어서고 있는 청년 혁신가. 그가 꿈꾸는 미래의 생수 시장은 단순한 액체의 소비가 아닌 '경험의 공유'다.
"케이푸드와 k콘텐츠가 세계를 사로잡았듯, 물도 충분히 전 세계인과 소통하는 문화 매체가 될 수 있습니다. 훗날 대중들이 '보틀러스가 만든 물이니까 믿고 마실 수 있어'라고 말해준다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식탁 위 뻔한 생수 한 병에서 아무도 보지 못한 레드오션의 돌파구를 찾아내고 있는 청년. 뻔해 보이는 레드오션에서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낸 구 대표가 한국의 문화와 브랜드를 담은 물로 글로벌 시장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오늘 아침에는 그가 말한 대로 물 한 모금을 입안에 가만히 머금고, 내 몸이 원하는 미세한 물맛의 스토리를 음미해보면 어떨까.
■ 경인방송 90.7MHz <이슈&피플> (매주 토요일 오전 8시)
방송 다시듣기 https://www.ifm.kr/article/84436
고 마실 수 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