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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형주훈 댓글 0건 조회 5회 작성일 26-08-21 05:52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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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의 고전 ‘오뒷세이아’(김헌 옮김, 을유문화사)는 ‘‘오뒷세이아’, 어떻게 읽을 것인가’란 제목의 번역자 해제로 시작한다. 그 가운데 횡격막에 관한 설명. 오뒷세우스가 외눈 거인 퀴클롭스에게 맞서 칼로 겨냥한 데가 횡격막 부위이기도 하다. 사진 출처는 ‘오뒷세이아’
정혜윤의 새벽세시 책읽기
영화 ‘오디세이’의 열풍으로 여러 번역본의 ‘오뒷세이아’가 읽히고 있다. 내가 처음 읽은 건 천병희 선생님 번역본이었다. 나는 선생님을 자택에서 한번 뵈었다. 선생님은 1967년 조작 간첩단 사건(동백림 사건)으로 옥고를 치렀다. 옥중에서 ‘나에게는 살아남아서 할 일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 할 일이 고전 원전 번역이었다. 나는 그가 삶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은 순간에조차 고전을 번역하면서 수천년의 긴 시간을 살았다고 느낀다. 서울의 책상에 앉아서 ‘오뒷세이아’를 사각사각 번역하던 그는 지중해 어느 해변의 석양을 바라보며, 삶이 쓰라린 파도처럼 넘실대는 것을 느끼며, 고향 이타카를 그리워하는 오뒷세우스이기도 했다. 2022년 선생님이 세상을 떠났을 때, 그가 하루에 수십행씩 고요하게 고전을 번역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참으로 맑은 모습이었다. 그다음 읽은 것은 이준석 교수 번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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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는 두가지 엄청난 능력이 있는데 하나는 포복절도를 유발하는 유머 감각. 또 하나는 말을 살아 있게 생생하게 만드는 능력. 이 능력으로 ‘오뒷세이아’를 얼마나 펄떡펄떡 살아 있게 만드는지 그 패기와 ‘기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번역에서 사용한 표현을 빌리면 ‘날개 돋친 말’들이 날아다닐 것이다.
오뒷세이아 l 호메로스 지음, 김헌 옮김, 을유문화사(2026)
또 한권은 김헌 교수의 ‘오뒷세이아’. 이 번역본을 읽을 분들은 저자 해제를 꼭 먼저 읽기 바란다. 문제의 단어 ‘횡격막’에 대한 설명이 나오기 때문이다. 호메로스의 세계에서 횡격막은 해부학적 기관이 아니라 감정과 생각, 판단, 관심과 배려가 이루어지는 장소다. 김헌 번역은 이렇다. “풍부한 횡격막의 오뒷세우스”(사려 깊은 오뒷세우스), “잘 참는 횡격막의 오뒷세우스”, “고귀한 아버지를 횡격막 안에 그리면서”, “설령 강철 사슬이 그를 묶는다 해도 횡격막을 쓸 것이다”, “궁리해라. 횡격막 깊이”, “뛰어난 횡격막의 페넬로페”, “제우스께서 그가 횡격막에 갈망하는 좋은 것을 이루어 주시길!”, “너무 늦기 전에 횡격막을 씁시다. 어떻게 우리가 막을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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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나쁜 놈, 횡격막이 미친놈”, “횡격막 없는 그들”(생각 없는 그들), “늘 유쾌한 횡격막으로 훈훈하겠지요. 당신 때문에”…. 김헌 교수가 ‘오뒷세이아’를 번역하는 데는 22년이 걸렸다. 그러나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그래서 그에게 이 번역은 ‘횡격막’에 아로새겨진 일을 한 것이다.
크게 보면 ‘오뒷세이아’는 많은 곳을 가보고, 많은 것을 경험하고, 많은 것을 배운 사람의 이야기다. 삶의 낯선 섬을 이리저리 헤매며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 개인적으로는 ‘오뒷세이아’의 등장인물 중 텔레마코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텔레마코스는 20년 전에 고향을 떠난 아버지 오뒷세우스의 소식을 듣고 싶었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제대로 들려주는 사람은 없었다. 텔레마코스는 ‘빛나는 눈의 여신’ 아테나의 도움으로(“아테나가 직접 그의 횡격막 안에 힘을 불어넣었기에”) 알고 싶은 단 하나의 이야기를 찾아 용기를 내 길을 나선다. 어느 날 이런 생각을 하고 뛸 듯이 기뻤었다. ‘아. 그래! 텔레마코스처럼 살면 되겠네! 알고 싶고,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자아 바깥으로 길을 나서면 되겠네! 빛나는 생각(빛나는 눈의 아테나)의 도움을 받아서.’ 다행히 세상에는 (내 횡격막 안에 든 것들과는 비교도 안 되게) 빛나는 생각들이 많았다.
정혜윤 CBS(시비에스) 피디
정혜윤 CBS 피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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